
서울 외환시장에서 21일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475.6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7.7원 급등한 수치로,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장중 한때 1,476.0원까지 치솟으며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를 그대로 드러냈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외국인은 2조8,210억 원을 순매도했고, 코스피는 3.79% 폭락한 3,853.26으로 마감했다. AI 거품론 재확산과 미국 기술주 투매가 국내 시장에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원화가 글로벌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 달간 원화는 달러 대비 3.29% 하락해 일본 엔화(-2.11%)보다 낙폭이 컸고, 유로(+0.1%), 파운드(+0.54%) 등 주요 통화가 오히려 강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중앙일보 ccnn.co.kr. 동남아 신흥국 통화 역시 원화보다 낙폭이 훨씬 작았다.
이는 단순한 환율 변동을 넘어, 한국 경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최약체 통화’로 평가받고 있다는 신호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원화 가치는 ‘환율판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불명예까지 낳고 있다.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맞물린 가운데, 미국 고용지표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꺾은 점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달러인덱스는 사흘째 100선을 웃돌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환율=위기’의 경고음..이미 실물 경제는 피해 막급
역사적으로 원화가 1,450원 아래로 무너진 경우는 IMF 외환위기(1998), 글로벌 금융위기(2008), 그리고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등 단 세 차례뿐이었다. 이번 환율 급등은 단순한 시장 변동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위기 신호로 해석된다.
외환당국이 1,400원을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화가 세계 1위 하락률을 기록한 지금, 시장은 한국 경제의 신뢰도 자체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환율 급등이라는 중대한 리스크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나 대응책을 내놓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환율이 1,470원대를 넘어서는 상황은 수입 원자재·에너지 가격을 급등시켜 제조업과 중소기업의 원가 부담을 키우고, 해외에서 생활필수품을 들여오는 소비자 물가에도 직격탄을 준다.
특히 유가와 곡물 가격이 달러화 기준으로 오르지 않더라도 원화 가치 하락만으로 국내 체감 물가는 상승하게 되며, 이는 서민 가계의 생활비 압박과 직결된다. 동시에 외국인 자금 이탈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민의 연금·투자 자산 가치가 빠르게 줄어드는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결국 정부의 무대책은 환율 불안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악순환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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